약사가 만든 음료?
코카-콜라, 닥터페퍼, 캐나다 드라이
‘코카-콜라’를 세상에 처음으로 선보인 존 펨버턴 박사의 직업이 약사였다는 사실은 코카-콜라 덕후라면 익히 알법한 이야기다. 뿐만 아니라, 코카-콜라 음료 중 닥터페퍼와 캐나다 드라이 또한 약사가 만든 음료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전 세계적으로 100년이 훌쩍 넘는 역사와 전통을 가진 탄산음료들이 모두 약사의 손에서 시작됐다는 공통점은 그저 우연의 일치인 걸까?
오늘은 약사가 만든 탄산음료에 대한 이야기다.
그 시절 약국은 만남의 장소
요즘이야 식당이나 카페가 사람들에게 만남의 장소이지만, 과거에는 ‘약국’이 이러한 역할을 했다. 아픈 사람들에게 약을 지어줄 뿐만 아니라, 사람들이 친구나 이웃을 만나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약속의 장소로도 이용됐던 것. 약사들은 이곳에서 건강에 대한 조언을 해주는 한편, 사람들이 즐겨 마실 수 있는 음료까지 직접 개발하고 조제했다.
또한 1800년대는 금주법을 추진하는 움직임으로 인해 탄산음료 수요가 성장하던 시기이기도 했다. 이러한 시대적 배경 속에서 코카-콜라, 닥터페퍼, 캐나다 드라이와 같은 대중의 입맛을 사로잡는 음료가 약사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다.
5센트의 상쾌함!
1886년 코카-콜라의 탄생
코카-콜라가 탄생한 1886년은 미국에서 금주법 시행을 두고 한참 떠들썩하던 시기였다. 이때,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제이콥스 약국에서 일하던 ‘존 펨버턴(John Pemberton)’ 박사는 알코올이 들어가지 않은, 가볍고 맛있게 마실 수 있는 ‘금주용 음료’를 만들기 위한 실험을 했다.
그러던 와중 조지아 주에서도 금주법이 시행되자, 존 펨버턴 박사가 개발한 코카-콜라는 크게 주목받기 시작했다. 코카-콜라 특유의 상쾌하고 짜릿한 맛과 더불어, 당시 내걸었던 ‘마시자 코카-콜라(Drink Coca‑Cola)’라는 슬로건은 술을 대신할 특별한 음료를 찾고 있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에 충분했다.
한 잔에 5센트에 판매되던 코카-콜라는 “맛있고 상쾌하며 활력을 불어넣는(Delicious, Refreshing, and Invigorating)” 음료로 빠르게 인지도를 넓혀 나갔고, 1900년대에는 미국의 거의 모든 주에서 판매될 만큼 인기를 얻었다. 1920년 미국 연방정부 차원에서 금주법이 본격 시행되면서부터는 더 비약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했다.
음료의 왕(King of Beverages)
1885년 닥터페퍼의 탄생
닥터페퍼는 23가지의 재료를 조합하여 독특한 맛과 향을 자랑하며, 지금까지 강력한 팬덤을 보유하고 있다. 초기 역사로 거슬러 올라가면, 코카-콜라가 출시된 해보다 1년 앞선 1885년에 닥터페퍼가 출시되었다는 사실! 미국에서 가장 오래된 탄산음료 브랜드 중 하나인 닥터페퍼는 미국 텍사스주 웨이코에 위치한 약국에서 시작됐다.
모리슨 올드 코너 약국에서 약사로 일하던 ‘찰스 앨더튼(Charles Alderton)’ 역시 앞서 얘기한 존 펨버턴 박사처럼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음료를 만들고자 하는 욕심이 있었다. 특히 찰스 앨더튼은 약국에서 다양한 과일 시럽의 향이 어우러지며 나오는 오묘하고도 특유한 향을 좋아했고, 이러한 특징을 담은 음료를 만들고자 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완성된 그의 음료는 초창기에는 지역명을 따서 ‘웨이코’라 불렸지만, 이후 약국 주인이었던 모리슨에 의해 ‘닥터페퍼’라고 이름이 변경되었다. 왜 이름을 ‘닥터페퍼’로 바꾸었는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있지만, 정확한 건 알려지지 않았다.
약국을 넘어 전 세계로 뻗어 나갈 기회를 포착한 것은 1904년. 무려 2천만 명이 참석한 세계박람회에서 닥터페퍼를 소개하면서부터다. 그로부터 6년 후인 1910년에는 “음료의 왕(KING OF BEVERAGES)"라는 슬로건을 기반으로 본격적으로 '닥터페퍼' 시대를 열어 나가기 시작했다.
탄산음료계의 샴페인
1904년 캐나다 드라이의 탄생
캐나다 지역의 약사이자 화학자였던 존 J. 맥러플린(John J. McLaughlin) 또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할 음료를 개발하겠다는 포부를 가진 사람이었다. 1890년, 토론토에 직접 탄산수 공장을 설립해 자신만의 탄산수를 판매하기 시작한 그는 10년 넘게 실험과 테스트를 지속하며 혁신적인 음료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러다, 시럽이 많이 들어간 진저 에일의 인기가 점차 높아지는 흐름 속에서 기회를 엿본 맥러플린은 더 가볍고 드라이한 버전의 진저 에일을 만들기 시작했고, 마침내 1904년 ‘캐나다 드라이 페일 진저에일(Canada Dry® Pale Ginger Ale)’ 레시피를 완성했다. 캐나다의 자부심을 드러내듯, 로고에도 캐나다 지도를 사용했다. 오랜 연구 끝에 완성한 야심작답게 캐나다 드라이는 특유의 가벼움과 깔끔함, 탄산감으로 ‘탄산음료계의 샴페인(The champagne of soda)’이라 불리며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캐나다 드라이는 곧이어 뉴욕으로도 수출되었고, 금주법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면서 더욱 큰 인기를 얻었다. 사람들은 음료 그 자체로도 즐겨 마셨지만, 당시 독한 술맛을 가리기 위해 몰래 캐나다 드라이를 섞어서 술을 음료인 것처럼 마시기도 했다. 이렇게 자신만의 확고한 명성을 누리게 된 캐나다 드라이는 이후 전 세계로 수출되며, 토닉워터 브랜드의 대표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Refresh the World,
Make a Difference!
이렇듯 그 시절, 음료로 세상을 놀라게 하겠다는 꿈과 열정을 품은 약사들이 있었기에 전에 없던 상쾌함과 특별한 맛으로 무장한 음료가 탄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코카-콜라, 닥터페퍼, 캐나다 드라이는 100년이 넘는 지금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앞으로 이 음료들이 만들어나갈 또 다른 100년의 음료 문화는 어떤 모습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