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카-콜라는 어떻게 버려질 것 없는 세상을 만들까?
2020. 12. 29
비닐봉투의 탄생은 출생의 비밀을 담은 드라마다. 원래 비닐봉투는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발명품이기 때문이다. 비닐봉투를 만든 것은 1959년 스웨덴 공학자 스텐 구스타프 툴린(Sten Gustaf Thulin). 그는 종이봉투를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나무가 베어지는 것을 마음 아파했다. 툴린은 무분별한 종이봉투 사용을 막기 위해 가볍고, 오래가며, 무엇보다 몇 번이고 재사용이 가능한 비닐봉투(Plastic bag)를 고안했다. 물론 사람들이 그것을 한 번만 쓸 것이라는 생각을 못했지만.
환경을 위해 다시 종이봉투를 꺼내어 쓰는 아이러니한 시대. 플라스틱에 대한 마시즘의 생각은 복잡했다. 안 쓰자고 하니 조선시대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고, 그냥 써도 괜찮다고 말하기에는 재활용에 대한 확신이 없으니까. 그렇게 "너도 옳고, 너 또한 옳구나"라는 환경계의 황희 정승이 되어 가다 진리를 담은 문구를 만나 유레카를 외쳤다.
(문구부터 코카-콜라 리본을 활용한 모습까지 너무 멋지다)
"재활용을 하지 않으실 거라면, 코카-콜라를 구매하지 말아 주세요
(Don’t buy Coca‑Cola if you’re not going to help us recycle)"
코카-콜라는 왜 마시는 것만큼, 재활용이 중요하다 말했나?
이 대담한(?) 문구를 쓴 주인공은 다름 아닌 코카-콜라다. 2019년 벨기에 코카-콜라에서 전국적으로 진행된 캠페인이다. 코카-콜라를 즐겨주는 팬들에게 사용한 용기 수거에 대한 솔직한 제안인 것이다. 문구를 다시 보니 이렇게 말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우리는 환경을 위해 페트병을 최대한 재활용할 생각이야. 그러니 여러분도 마신 코카-콜라를 분리배출해 줄래요?"
그렇다. 리사이클링이라는 선순환 비중을 높이려면 브랜드와 대중의 의지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코카-콜라는 2030년까지 페트병과 캔 등 모든 음료 패키지를 100% 수거하고, 재활용을 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 이른바 코카-콜라의 글로벌 프로젝트 '쓰레기 없는 세상(World Without Waste)'이다.
마시고 남은 페트병, 다음 생에는 최상급 산업원료라고?
(코카-콜라 페트병은 의자가 되기도, 가방이 되기도, 옷이 되기도 한다. 사진 : Emeco - 111 Navy chair, MCM - Ekocycle, Diesel - The (Re)Collection)
음료 페트병은 반환만 잘 된다면 다시 사용될 수 있다. 잘 씻어 깨끗하게 수거된 페트병은 의자, 옷, 심지어 운동화도 될 수 있다. 오늘의 페트병이 내일의 패션이라니. 페트병은 인생 2회 차를 얻게 되고, 그만큼 공장은 원유에서 폴리에스터를 뽑지 않아도 되고, 농장은 양털을 깎지 않아도 된다.
플라스틱의 생명력은 불사조 같다. 우리가 페트병을 분리배출만 잘하면 말이다. 페트병은 라벨을 제거하고, 색상별로 세척한 후에 플라스틱 조각(플레이크)으로 만들어진다. 이 조각들은 투명할수록 가치가 높아지고 재활용의 폭도 커진다. 그래서 투명한 페트병은 다른 색색의 플라스틱보다 소중한 자원으로 취급된다. 초록색이었던 스프라이트가 투명하게 바뀐 것도 최상급 원료로 재활용이 될 앞날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할까?
코카-콜라 제로와 환타의 비포 선셋
(코카-콜라의 다양한 리버스 자판기)
가장 중요한 것은 사용한 용기가 다시 재활용을 위해 회수가 되는 것이다. 마시고 남은 페트병이 연어처럼 돌아와야 하는 것인데. 사람들을 어떻게 참여하게 만들까?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사람들과 감정적인 교류를 한 코카-콜라가 선택한 방법은 재미와 공감이다. 돈 대신 빈 페트병과 캔으로 쇼핑을 하는 수퍼빈의 '쓰레기 마트'에 함께 참여하기도 했고, 페트병을 분무기로, 혹은 램프, 연필 깎기 등으로 바꾸는 병뚜껑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영국 코카콜라에서 진행한 아기자기한 러브스토리다. 이름은 ‘어느 빈 병의 사랑이야기(A Bottle Love Story)’.
(페트병도 연애를 하는데… , Coca‑Cola Great Britain, A Bottle Love Story)
내용은 간단하다. 빈 병이 된 코카-콜라병과 환타병이 쓰레기통에 버려지고, 수거되어 재활용되어 만남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사랑에 빠지는 것이다. 1,500여 개의 재활용 페트병(코카-콜라, 환타, 스프라이트 등)으로 만들어진 스톱모션 영상도 재밌지만, ‘다 마신 페트병을 잘 분리수거하면 얘들이 나중에 어디서 어떻게 만날지 몰라!’하는 마음을 갖게 하는 따뜻한 이야기다.
그런데 내가 마신 코카-콜라 병들은 모두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을까?
다시 한번 더 만나요, 원더플 프로젝트
(누가 요즘 배달음식 시켜먹고 마니, 원더플 캠페인 참가하지)
코로나 19를 겪은 2020년 사람들은 깨달았다. 집에서 생활하는 시간이 길어지고, 배달음식의 이용이 늘어나면서 한 사람이 이렇게 많은 플라스틱 쓰레기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이에 코카-콜라와 배달전문업체 요기요가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일회용품의 갱생 프로젝트... 는 내가 지은 말이고, 한 번 더 사용하는 플라스틱을 위한 '원더플(ONETHEPL)' 캠페인을.
원더플 캠페인을 간단히 말하면 다음과 같다.
1. 원더플 캠페인을 신청하면 집에 '제로웨이스트 박스'가 온다.
2. 깨끗이 씻고 라벨을 제거한 페트병이나 배달음식 플라스틱 용기를 모아 수거 신청을 한다.
3. 재활용으로 재탄생한 굿즈(?)가 다시 나를 찾아온다.
올바른 분리배출을 위한 방법도 배울 수 있고, 상품도 받을 수 있다. 굿즈로 만들고 남은 플라스틱들은 페이스쉴드(얼굴 보호 투명 가리개)로 만들어져 방역의 최전선에 있는 의료진과 코로나 19로 힘든 시기를 겪는 소상공인들에게 전달된다. 단지 코카-콜라를 마셨을 뿐인데, 인류애를 키우는 원더플(?)한 기분을 느낄 수 있다니!
쓰레기 걱정 없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비닐봉투를 만든 스텐 구스타프 툴린은 어떻게 살았을까? 그는 언제나 비닐봉투를 접어 주머니에 넣고 다니면서 필요할 때마다 재사용을 했다고 한다. 결국 환경문제에 있어서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을 쓰는가' 보다 '어떻게 사용하나'이다.
플라스틱 제품을 만드는 기업도, 제품을 사용하는 소비자도 그동안 '편리함'에만 집중하느라 플라스틱의 진짜 사용법을 잊어버렸던 것은 아닐까? 아직 갈 길이 멀지만 당장에 필요한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다. 영원한 이별보다는 기쁨의 재회를, 우리가 마시고 수거한 페트병과 다시 한번 만날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