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슬란드를 감동시킨 축구선수, 알고 보니 코카-콜라 CF 감독?

2018. 6. 29


월드컵 16강 진출은 실패했지만,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과 울림을 주고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한 이가 있다. 아이슬란드 축구대표팀의 골키퍼, 하네스 포르 할도르손(Hannes Thór Halldórsson)이 그 주인공이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우승 후보 아르헨티나의 에이스인 ‘메시’의 페널티킥을 막아내 국민 영웅으로 올라선 그는 영화감독이면서 동시에 아이슬란드 코카-콜라 CF의 감독이다. 월드컵 기간 동안 뛰어난 경기력으로 최우수 선수(MOM•Man of the Match)에 선정되기도 했다. 

영상을 보면, 축구선수와 감독이라는 만만치 않은 두 가지 직업을 병행하면서 만들었다고는 도저히 상상하기가 힘들 것이다. 실제 할도르손은 2018년 초부터 훈련장과 촬영지를 바쁘게 오가며, 아이슬란드 곳곳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놀라운 사실은 인구 34만의 작은 나라 아이슬란드(참고로 서울 동대문구 인구가 약 36만)에는 자국 프로 축구 리그조차 없어 ‘투잡’을 뛰는 선수들이 많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한 아이슬란드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와 자부심은 엄청났다.

(▲ 아이슬란드 축구 대표팀 골키퍼 하네스 포르 할도르손이 자신이 감독한 코카-콜라 CF 촬영장에서 장비를 들고 있다.)
 

할도르손의 가까운 친구이자, 코카-콜라의 아이슬란드 광고 대행사 Maurar의 매니징 디렉터(Managing Director) 스노리 배론(Snorri Baron)은 월드컵 본선행이 확정되자마자 할도르손에게 “드디어 우리를 위한 순간이 왔다. 제대로 하나 만들어보자.”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할도르손은 “코카-콜라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브랜드이고, 30년 넘게 아이슬란드 축구를 꾸준히 후원해온 후원사일 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가 월드컵 본선에 역사상 처음으로 진출하게 된 시점에서 그 제안을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라며 코카-콜라 CF 감독을 맡게 된 배경에 대해 이야기했다.

할도르손과 Maurar 촬영팀은 콘셉트를 완성하기까지 수개월 동안 회의를 하면서 콘티를 주고받았고, 할도르손의 훈련과 원정 일정에 맞춰 촬영 일정을 조율했다.

영상에 담고자 했던 핵심 콘셉트는 경기장에서 뛰는 11명의 선수들뿐만 아니라 아이슬란드 전체가 FIFA 월드컵에 참여한다는 것을 표현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할도르손은 아이슬란드 전국 곳곳의 다양한 모습과 다양한 사람들을 담기 위해 노력했다.

영상을 보면 아이슬란드의 문화와 풍경이 교차되며, 축구선수는 물론 어부부터 역도선수, 제빵사, 용접공까지 실제 아이슬란드 국민들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타이틀도 아이슬란드어로 ‘함께’를 뜻하는 “SAMAN”이다.

(▲ 코카-콜라 CF 촬영을 위해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했다. 할도르손은 그야말로 이번 광고에 아이슬란드의 ‘모든 것’을 담고자 했다.)
 

또한 그는 아이슬란드의 트레이드 마크인 ‘바이킹 박수(Viking Clap)’를 중심으로 스토리를 풀어냈다. 두 팔을 머리 위에 크게 벌리고, 박수를 치며 “후!”라고 기합소리를 내는 바이킹 박수는 아이슬란드 고유의 전통적인 응원 방식으로 잘 알려져 있다. 수많은 사람들이 치는 박수 소리가 마치 천둥소리 같아 ‘천둥 박수’라고도 불린다.

할도르손은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강하고 빠른 리듬을 사용해, 월드컵이 가져다주는 흥분과 긴장감, 짜릿함을 극대화했다. 이 바이킹 박수는 실제 월드컵 무대에서 선수들과 팬들이 하나 되는 응원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도 했다.

(▲ 할도르손은 이번 광고를 통해 월드컵으로 모든 사람들이 하나 되는 순간을 담았다. 영상을 보고 있으면 월드컵의 열정과 짜릿함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축구선수와 감독을 병행하는 일이 힘들지는 않았냐는 질문에 할도르손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다는 것은 나에겐 행복이자 열정”이라며,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에 집중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서로 더 큰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특히 이번 코카-콜라 CF 촬영은 수개월 동안 정말 많이 노력했고, 많은 사람들이 도움을 줬다. 지금까지 했던 수많은 프로젝트 중에서 가장 의미 있는 작업이었고, 결과물도 아주 자랑스럽다.”고 이야기했다.

아이슬란드 TV 타임을 점령하다시피 한 코카-콜라 CF는 많은 사람들에게 열정과 희망, 짜릿함을 심어주었다. 경기는 아쉽게 막을 내렸지만, 아이슬란드 국민들은 승리보다 더 값진 것을 얻었다.

최초의 월드컵 본선 진출, 우리도 할 수 있다는 믿음과 자신감,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달렸던 할도르손과 다른 선수들의 투혼, 모두가 하나 되는 짜릿한 순간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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