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짜릿하게 통했다! 부부가 함께 만든 코카-콜라 박물관 카페, 카페콜라!

2017. 10. 31

(저 푸른 제주도에 그림 같은 카페를 짓고~♪ 카페콜라를 운영하고 있는 서정주(좌)-정순철(우) 부부)
 

제주의 카페와 코카-콜라가 만났다! 요즘 제주에서 ‘핫플레이스’로 떠오르고 있는 카페콜라! 기대 반 호기심 반으로 카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놀라움과 감탄이 동시에 쏟아진다.

카페 주인이자 코카-콜라 컬렉터인 정순철 씨가 10년 넘게 모은 전 세계 수집품들이 카페를 가득 채우고 있고, 카페 뒤쪽으로 난 길을 따라 걸어가면 탁 트인 제주도의 푸른 바다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공간! 이 느낌! 어떻게 탄생한 것일까? 저니 에디터, 이번에는 제주도에 다녀왔다. 

Q. 카페 너무 좋은데요. 위치도, 인테리어도, 분위기도.

제주도에 내려온 건 5년 정도 됐는데, 이 자리를 구하는 데만 3년이 걸렸어요.

경치 좋은 곳에서 카페를 하고 싶었거든요. 최근에는 카페 앞 해안길이 올레길 15코스에 포함되면서, 카페를 찾는 분들이 더 많아졌어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아서 뿌듯하고, 고생한 보람도 있는 것 같아요. 

Q. 제주도에 내려와서 카페를 차리게 된 계기가 있다면요?

원래 제주도를 좋아했어요. 서울에 살 때도 자주 휴가를 와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씩 가족들과 머물다 가곤 했어요.

늘 마음속에 제주도에 내려와 살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죠. 10년 넘게 모은 코카-콜라 수집품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생각도 있었고요. 이 두 가지 소망이 합쳐진 게 ‘카페콜라’에요.

Q. 가게에 있는 수집품들은 어떻게 모으신 건가요?

어렸을 때부터 수집하는 걸 좋아해서 이것저것 많이 모았어요. 그러다 10년 전부터는 코카-콜라에 집중하기 시작했어요. 지금이야 네트워크도 많이 생기고, 노하우도 생겼지만 처음에는 방법을 몰라서 여기저기 그냥 찾으러 다녔어요.

강원도에도 가고, 부산에도 가고. 간혹 수집이 아름답고 고상한 취미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있는데요. 단언컨대 이건 정말 중노동이에요. (웃음)

Q. '이건 진짜 힘들게 구했다!' 하는 게 있나요?

여행을 가면, 혼자서 옛날 동네들을 쭉 돌아보는 습관이 있어요. 코카-콜라와 관련된 물건들을 하나라도 더 구할 수 있을까 해서요. 7년 전쯤 구한 두 가지 아이템이 기억에 남는데요.

첫 번째는 강원도 폐광촌에서 구한 1970년대 아이스박스에요. 쓰레기 더미 앞을 스쳐 지나가는데, 아무래도 이상한 거예요. 코카-콜라 하면 특유의 빨간색이 있잖아요. 가까이서 봐야겠다 싶어서 차를 돌려 갔더니 역시나! 코카-콜라 아이스박스였어요.

(강원도 폐광촌에서 발견한 아이스박스. 카페콜라 2층에 전시되어 있다.)
 

또 하나는 강원도 홍천의 작은 구멍가게에서 구한 코카-콜라 냉장고인데, 7080 세대들은 이 냉장고를 많이 기억하시는지 보시면 엄청 좋아하시더라고요.

들고 오기에 너무 크고 무거워서 마을 분들의 도움을 받아서 겨우겨우 싣고 왔는데, 그때 와이프 표정이 정말 압권이었죠. 잠깐 나갔다 오겠다던 사람이 냉장고를 이고지고 왔으니까요.(웃음) 

(세월의 흐름이 묻어있는 코카-콜라 냉장고. 카페콜라 2층에 전시되어 있다.)

Q. 아내분은 처음부터 수집하는 걸 찬성하셨나요?

반대하지는 않았어요. 그냥 옆에서 계속 지켜보다가, 언제부턴가 자기도 예쁜 게 있으면 가져오더라고요. 이제는 와이프도 코카-콜라에 대한 애정이 커져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걸요?

이 카페를 만드는 것도 함께 했고요. 저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에요. 

Q. 여기저기 포토존도 많던데, 직접 다 만드신 건가요?

그럼요. 일일이 페인트칠을 했어요. 평소에 손님들께 어떤 재미, 어떤 짜릿함을 줄 수 있을까 많이 고민해요. 특히 제가 바라는 건 ‘카페콜라’가 단순히 코카-콜라 수집품을 구경하고  판매하는 곳이 아니라, 오신 분들이 코카-콜라 문화를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곳이 되었으면 하는 거예요.

포토존도 그래서 만들게 된 거고요. 제가 만든 포토존이 아니더라도, 오셨을 때 인생샷이 나오는 포토존을 직접 발굴해보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아요.

Q. 가장 많이 찾는 메뉴는 무엇인가요?

코카-콜라 본연의 짜릿한 맛을 원하시는 분들은 코카-콜라 병을 시키시고요. 이색 메뉴를 맛보고 싶어 하시는 분들은 커피콕을 찾으세요. 커피콕은 브라질에서는 굉장히 유명한 음료인데요. 여전히 호불호는 강해요.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많은 분들이 맛있게 드실 수 있도록 저랑 와이프가 연구를 많이 했는데, 지금은 가장 맛있는 최적의 비율과 조합을 찾았어요. 카페콜라에서 꼭 먹어야 할 대표 메뉴로도 입소문이 많이 나있어요. 

("커피콕 나갑니다~")

Q. 주로 수집은 어디서 하시나요?

요즘은 워낙 인터넷 환경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아무래도 검색을 잘 하는 게 도움이 되겠죠. 저도 퇴근 후엔 컴퓨터 앞에 앉아서 3시간 정도 검색만 해요. 수집도 타이밍이라, 제때 하지 않으면 원하는 걸 놓칠 수도 있거든요.

그리고 혼자 하는 것보다 여럿이 함께 하는 것이 좋아요. 저도 첫 3-4년은 혼자서 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할 때가 많았거든요.

그러다 국내에서 진행된 ‘코카-콜라 탄생 125주년 기념 전시회’를 계기로 우리나라에도 저 같은 컬렉터가 많다는 걸 알게 됐어요. 그때부터 정보 교류도 하면서 도움을 많이 받았고, 지금까지 오게 됐어요.

(2011년, 코카-콜라 탄생 125주년을 기념하여 국내 코카-콜라 로고 제품 수집가들과 일반 소비자, 유명 아티스트들이 함께 참여한 이색 소장품 전시회 '코카-콜라 컬렉션 125' 모습)

Q. 수집을 위한 검색 노하우가 있을까요?

집념이죠.(웃음) 퇴근 후 컴퓨터 앞에 앉아서 3시간 정도 검색만 하는데, 일본, 미국, 독일, 중국 각각의 나라에서 많이 쓰는 포털사이트가 있잖아요.

구글 번역기를 돌려가면서 그 나라의 언어로 코카-콜라에 관한 것을 찾아내는 거죠. 결제까지 끝내려면 정말 어마 무시한 시간이 들어가는데요.

그래도 원하는 걸 손에 넣으려면 그 정도 노력은 감수해야 하지 않을까요? 수집이 중노동이라고 말씀드렸던 게 정말 농담이 아니라니까요.(웃음)

Q. 그렇게 주문한 물건을 받았을 때의 기분은?

주문 버튼을 누르는 순간부터 이미 짜릿짜릿, 두근두근해요. 밤잠 설치며 궁금해하고. 받았을 때 기분은 말할 것도 없고요. 농담 반 진담 반으로 ‘택배를 기다리며 사는 남자’라고나 할까요.

그리고 아직 받을 택배가 400개나 더 남았어요. 배달되는 속도보다 주문하는 속도가 더 빨라서 한참 밀려있어요. 앞으로 400번이나 더 기뻐할 일이 남았다는 거죠. 하하. 

Q. 표정이 정말 너무 밝고, 행복해 보이세요.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요?

일상 속에서 행복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택배를 기다리는 즐거움부터 기다리던 물건을 손에 넣었을 때의 짜릿함.좋아하는 것들에 둘러싸여서 추억을 곱씹어 보는 즐거움.

크고 거창한 행복보다는 일상 속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그게 수집가의 삶이기도 하고요.

Q. 이제 막 수집을 시작한 입문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수집은 추억이고, 자신만의 가치를 갖는 거예요. 코카-콜라 수집을 시작하시는 분들도 돈만 주면 살 수 있는 것들이 아니라 자신만의 색깔로,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워가는 수집을 하셨으면 좋겠어요.

저도 처음에는 연필, 공책, 빈 병, 병뚜껑같이 일상의 소소한 추억이 담겨있는 물건들로 시작했거든요. 그리고 처음부터 너무 욕심내지 말고, 한 달에 몇 점 정도만 모으자, 이렇게 제한을 뒀으면 좋겠어요.

아무리 좋아하는 일도 처음에 너무 달리면 금방 질리니까요. 질리지 않는 방법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Q. 앞으로 카페콜라는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까요?

구상하고 있는 것들은 많은데요. 차근차근 보여드리려고 해요. 가깝게는 올해 크리스마스 혹은 내년 초를 목표로 펜션을 준비하고 있어요. 바로 옆 건물을 펜션으로 꾸며서, 오시는 분들이 즐겁고 편안하게 쉬었다 갈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있어요.

그런데 하다 보니 자꾸만 욕심이 생겨서 오픈이 미뤄지고 있는데…  그래도 기왕이면 멀리 발걸음을 해주신 분들께 최고의 하루를 만들어드리고 싶어서 좀 더 드라마틱하게 꾸미고 있는 중이에요.(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또 카페에 전시된 것 외에 창고에 더 많은 수집품들이 있는데요. 시즌마다 인테리어를 바꿔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드릴 생각입니다. 무엇보다 앞으로 ‘카페콜라’가 더 많이 알려져, 많은 분들이 오셔서 즐겁고 행복한 기억을 많이 만들어가셨으면 좋겠어요.

Q. '나에게 코카-콜라는 000이다!' 정의를 내린다면요?

이제 저에게 코카-콜라 없는 삶은 상상할 수가  없어요. 제 직업이 되어버려서 한 배를 탄 동지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한 마디로 저에게 코카-콜라는 즐거움, 그리고 제 삶 그 자체죠.

'카페콜라' 주인장이 가장 아끼는 제품, BEST 5
 

1. 미국 컬렉터가 수집한 한국 코카-콜라병

“1970년대 미국 컬렉터가 수집한 우리나라 병인데요. 태극기가 붙은 게 참 인상적이죠? 아마도 수집하셨던 분이 어느 나라 병인지 구분하기 위해 붙이셨던 것 같아요.

어떤 분은 왜 안 떼냐고 하시는데, 수집의 즐거움은 수집품에 얽힌 ‘이야기’에 있다는 게 제 생각이에요. 저는 먼지 한 톨도 처음 있던 그대로 보존합니다.”

 

2. 한양식품 팸플릿

“우리나라에서 코카-콜라를 가장 먼저 생산하기 시작한 곳이 지금은 없어진, 한양식품이라는 곳인데요. 당시 한양식품에서 만든 팸플릿이에요.

회사 소개를 비롯해서 코카-콜라를 생산하는 시설, 과정 등이 소개되어 있어요. 팸플릿에 쓰인 ‘-읍니다.’라는 문법도 그 시대를 반영하고 있죠.

70년대 코카-콜라의 모습, 그리고 그 시절 우리의 모습까지 가늠해볼 수 있는, 굉장히 중요한 역사적 자료라고 할 수 있어요.”

 

3. 30년대 코카-콜라 직원 소장품

“1980년대에 생산된 코카-콜라 텐트부터 시계, 병따개, 공구 등 코카-콜라 로고가 새겨진 다양한 기념품들입니다. 1970년대에 코카-콜라에 근무하셨던 분이 가지고 계셨던 건데, 부산 해운대까지 내려가서 가져왔어요.”

 

4. 88 서울 올림픽 컬렉션

“88 서울 올림픽을 기념해서 나온 호돌이 기념품들은 우리나라 역사의 중요한 순간을 담고 있기 때문에 더 의미 있는 것들이에요.

올림픽 핀(배지)부터 올림픽 기념으로 나온 컨투어 병, 캔, 유리컵, 포스트잇, 그리고 올림픽 현장에서 일하던 코카-콜라 판매원이 쓰던 모자까지. 제가 아끼는 컬렉션입니다.”

 

5. 크로버 X 코카-콜라

“1980년대에 ‘크로버’라는 장난감 회사가 있었어요. 당시 크로버에서 코카-콜라와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장난감 자동차를 만들었는데, 총 9종이 나왔어요.

지금까지 5종을 찾았는데요. 아직 4종을 더 찾아야 해요. 이 시리즈는 아직 진행 중인 프로젝트인데,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 이 자동차의 행방을 알고 있으신 분들은 연락 부탁드립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