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의 이중 생활! 코카-콜라 수집가 김용은
2019. 3. 27
“나는 주말이면 전국 팔도 골목 여행을 다닌다.
어떤 코카-콜라 수집품을 발견할 수 있을까 하는 기대를 안고.
덕분에 내겐 1년 365일이 설레는 봄이다.”
자신이 무엇을 할 때 가장 행복한지 아는 사람은 행복을 제대로 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코카-콜라를 수집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는 김용은 씨는 낮에는 장성군청 총무과에 근무하는 공무원으로, 휴일에는 코카-콜라 수집가로 남다른 이중생활(?)을 즐기고 있다.
10여 년간 모은 10,000여 점의 수집품들을 둘 데가 없어 고민하던 찰나, 카페 창업을 고민하던 후배에게 ‘콜라 카페’를 제안했고 그동안 모아온 수집품들을 기증했다.
그렇게 ‘카페 더 코-크(Cafe The Coke)’가 탄생했다.
카페 더 코-크는 장성역에 들어서자마자 자리하고 있다.
코카-콜라의 ‘빨간색’과 장성을 대표하는 ‘노란색’이 조화를 이루며, 멀리서부터 화사한 매력을 뽐낸다. 장성의 첫인상과 끝인상을 책임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장성은 사계절 내내 노란색 꽃과 나무가 가득한 도시에요. 장성에서 나고 자란 토박이로서,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수집가로서 장성의 랜드마크에 콜라 카페를 차린 것은 당연한 선택이었어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찾아올 수 있는 곳이잖아요.”
(카페 더 코-크를 운영하고 있는 박창환 씨(좌), 코카-콜라 수집가 김용은 씨(우))
현재 김용은 씨는 수집품 관리와 인스타그램 운영을, 가게 운영은 후배인 박창환 씨가 하고 있다. 휴일이면 두 남자는 수집품을 모으기 위해 전국 팔도 여행을 떠난다.
주로 20~30년 이상 된 옛 슈퍼마켓이 타깃이다. 코카-콜라를 진열해두던 매대, 간판, 판넬, 포스터 등을 찾기 위해서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버려지거나, 완전히 없어질 수도 있는 것들이잖아요. 더 늦기 전에 세월의 흔적과 추억을 기록해두기 위해 매주 전국 팔도 골목길을 돌아다니고 있어요.”
오랜 슈퍼마켓을 찾으려면 잘 닦인 고속도로가 아니라, 국도와 울퉁불퉁 옛 시골길들 위주로 다닐 수밖에 없다. 많을 땐 하루에 400-500km씩 다니기도 한다. 그 치열한 수집의 기록은 카페 곳곳에 그대로 전시되어 있다.
그의 휴대폰에는 그동안의 여정을 기록한 ‘발품’이라는 이름의 사진 폴더도 있다. 먼 길을 다니다 보면 피곤할 법도 할 텐데, 그는 수집하는 과정 자체를 즐기고 있었다.
“저에겐 일상의 활력소이자, 일주일의 피로를 푸는 힐링 여행이에요. 출발하기 전날엔 어떤 수집품들을 찾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잠도 설쳐요.”라고 말하는 그는 영락없는 코카-콜라 사랑꾼이었다.
때로는 원하는 걸 얻기 위해 삼고초려도 마다하지 않는다. 어떤 곳에서는 청소도 해주고, 선물 공세를 펼치는 등 대여섯 번을 찾아가서 구애를 펼친 적도 있다고 했다.
(전국 팔도를 돌아다니며 찍은 ‘발품 폴더’를 소개하고 있는 김용은 씨. 수집 노하우가 무엇이냐고 묻자 “될 때까지 찾아간다.”라고 대답했다.)
김용은 씨의 남다른 수집력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전국 곳곳에 코카-콜라를 테마로 하는 카페들이 많지만, ‘카페 더 코-크’의 차별화는 ‘자동차’에서 다시 한 번 드러난다.
카페 곳곳에 토미카, 매치박스 등 미니카 브랜드와 콜라보하여 제작한 추억의 미니카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카페에 진열된 것만 700여 가지. (집에 가면 더 많다.)
김용은 씨 또한 자신을 ‘대한민국 최고의 코카-콜라 자동차 수집가’라고 자부했다.
언제부터 수집을 시작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자연스레 따라왔다.
김용은 씨가 코카-콜라 수집을 시작한 건 8년 전. 개인적으로 힘든 일을 겪으면서 원형 탈모까지 올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때였다. 그때 지인이 선물해준 코카-콜라 알루미늄 보틀이 그의 삶을 바꿔놓았다.
“코카-콜라 알루미늄 보틀이 처음 나왔을 때였어요. 너무 예뻐서 마시지도 못하고, 집에 가지고 왔죠. 그러다 검색을 해봤는데, 코카-콜라 세계가 정말 무궁무진하더라고요. 그때부터 꽂혀서 본격적으로 수집을 시작했어요.”
힘들고 지치고,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을 때 기적처럼 나타난 코카-콜라는 그의 삶에 활력소가 되어주었다.
새로운 아이템을 볼 때마다 엔도르핀이 돌았고, 수집품들을 찾느라 며칠씩 밤을 새워도 즐겁기만 했다.
헛헛했던 마음이 채워졌고, 그럴수록 수집의 세계에 더 깊숙이 빠져들었다.
“힘들 때 옆에 있어준 존재만큼 소중하고 고마운 것도 없잖아요. 코카-콜라는 제게 ‘은인’과도 같아요.
이제는 즐거운 시간들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는 인생의 동반자고요.”
이렇듯, 코카-콜라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새로운 방향으로 이끌었다.
새로운 친구들도 많이 사귀었고, 카페까지 열게 됐으니 말이다. 덕분에 자칫 회사와 집만 오가며 단조로울 뻔 했던 그의 삶에는 늘 활력이 넘친다.
먼 곳에서부터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고, 얼마 전엔 과거 코카-콜라 공장에 다녔던 분이 찾아와 몇몇 소품들을 주고 가기도 했다고.
“코카-콜라를 좋아하는 분들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그 꿈이 이뤄졌어요.
나중엔 제가 가진 수집품들을 한곳에 모아둔 코카-콜라 박물관도 만들고 싶지만, 일단은 지금 이 순간을 충분히 즐기고 싶어요.
이곳을 찾아주시는 분들과 함께 웃고 이야기하면서 저도 행복해지는 것을 느끼거든요.
앞으로 더 많은 분들이 힐링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요.”
유독 이 카페가 편안함과 아늑함이 느껴졌던 이유는 김용은 씨의 이런 마음이 고스란히 담겨있었기 때문일까.
이번 주말, 당신도 이곳 ‘카페 더 코-크’에서 그 여유를 느껴보길 바란다.
* 다른 곳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희귀템
시간이 지날수록 가치가 어디까지 치솟을까 궁금해지는 수집품.
2002 FIFA 월드컵에서 독일 대 한국 경기에 실제 사용된 공이다. 우리나라 월드컵 최고의 성적이었던 4강의 신화를 이뤄낸 공이기에 가치가 남다르다.
(코카-콜라는 FIFA 월드컵의 공식 후원사이다.)
고딕체가 특징인 국내 최초로 출시됐던 코카-콜라.
1977년 미국에서 스타워즈가 처음 개봉했을 때 출시된 R2D2 로봇. 더 놀라운 건 그 당시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져서 미국으로 수출된 "Made in Korea" 제품이라는 것.
전 세계에 딱 2,000개만 판매됐던 한정판 스키보드.
우리나라에 코카-콜라 제로가 처음 출시됐을 때 나왔던 코카-콜라 병.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았던 버전이다.
다양한 코카-콜라 시계들.
(왼쪽부터) 직원들에게만 나눠줬던 ‘99 시원시원 여름 만들기’ 한정판. 호텔에서만 판매했던 코카-콜라 병. 슈퍼스타 예선전 통과자들에게 줬던 한정판.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해외 귀빈 선물용 코카-콜라. 2002년 한일 월드컵 시중 판매용 코카-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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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장 정보]
- 위치: 장성역 안
- 운영 시간: 매일 08:30~20:00 (매월 둘째, 넷째 주 월요일 휴무)
- 인스타그램: @cola_cafe_thecoke
[추천 메뉴]
오랜 연구 끝에 개발한 레시피! 이곳에 오면 코카-콜라와 자몽을 섞은 ‘레드콕’과 레몬을 섞은 ‘옐로우콕’은 반드시 먹어보자!
과일의 상큼함과 콜라의 짜릿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진다. 쫄깃한 타피오카 펄을 넣어 달콤한 풍미와 함께 씹는 재미까지 더했다. 가격은 5,000원.
[장성역 주변 추천 여행 코스]
- 장성호 수변길 '옐로우 출렁다리' : 출렁다리를 건너면서 장성호의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하고, 짜릿한 즐거움까지 만끽할 수 있는 곳이다. 최근 데이트 코스로도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 축령산 :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축령산.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울창하게 조성되어 있어 이국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산림욕을 하기에 최적의 장소로 일명 ‘치유의 숲’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 백양사 : 가을 단풍으로 유명한 명소. 최근에는 '나혼자산다'에서 박나래가 백양사 템플스테이에 참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장성은 담양과 광주와도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담양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등을 여행 코스로 묶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