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가 공연 전에 항상 요구했던 것은?

2019. 03. 12

지난 2월, 에디터는 역사상 위대한 아티스트로 꼽히는 고(故) 존 레논의 생전 발자취를 한데 모은 이매진 존레논 展을 찾았다.

같은 시대를 호흡하며 살아온 것도 아니고, 그의 인생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지만, 그의 노래는 누구나 그렇듯 흥얼거릴 수 있는 친숙한 존재로 함께 해왔다. 하지만 그가 남긴 사랑과 평화의 메시지들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며, 몽상가 존 레논에게 자연스럽게 빠져들었다.

그리고 전시회 도중 만난 두 거장. 존 레논과 가깝게 지냈다던 팝 아트의 거장 앤디 워홀과 그가 음악적으로 큰 영향을 받았다는 엘비스 프리슬리는 코카-콜라와 매우 특별한 인연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면 비틀즈와도 혹시? 

그 이후, 뭔가에 홀린 듯이 과거의 기록들을 찾아나갔다. 

(이매진 존레논 展, 예술의 전당 한가람미술관)

 

역사상 가장 위대한 아티스트 1위.

전 세계 10억 장 이상의 음반 판매.

현대 대중음악의 판도를 바꾼 혁신과 파격, 젊음의 아이콘.

 

영국 출신의 전설적인 록밴드, 비틀즈(The Beatles)를 수식하는 말들은 굉장히 많다. 수식어 자체도 완전히 넘사벽 수준이다.

그 존재감과 인기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공연 도중 비틀즈 음악의 짜릿함과 전율에 취해 쓰러지는 팬들도 상당히 많았다.

심지어 비틀즈가 TV에 나올 때면 청소년 범죄율이 0이었다고 하니, 이게 정말 가능한 이야기일까? 지금으로선 상상조차 잘 가지 않는다. 

그런데 이들이 공연할 때마다 리무진과 대기실에 준비해달라고 요구한 것이 하나 있다고 한다.

당시만 해도 뮤지션들이 대기실에 무엇을 요구하는 것은 드문 일이었지만, 비틀즈는 계약서에 “어딜 가든 이것이 항상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명시할 만큼 아주 구체적인 한 가지를 요청했다.

 

(예상했겠지만) 정답은 바로 코카-콜라다.

(CBC 뉴스에서 이를 기사화한 적도 있다.)

 

비틀즈는 여러 인터뷰에서 어린 시절부터 코카-콜라를 즐겨 마셨다고 이야기했고, 가장 좋아하는 음료로 늘 “코카-콜라”를 꼽았다. 실제 코카-콜라를 마시는 모습이 여러 잡지에 실리기도 했다. (각각의 링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렇듯 비틀즈의 일상에 언제나 함께였기에 비틀즈를 논할 때 코카-콜라를 빼놓을 수 없다. 특정 브랜드를 언급했다는 이유로 노래가 금지되기도 했지만, 존 레논과 폴 매카트니가 작사, 작곡한 ‘Come together’라는 노래 가사에 코카-콜라가 나오기도 한다. 

코카-콜라의 비틀즈 사랑도 특별했는데, 2015년 비틀즈를 기리며 한정판 “The Beatles Collection”을 출시한 적도 있다.

(존 레논(John Lennon),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조지 해리슨(George Harrison), 링고 스타(Ringo Starr). 비틀즈 멤버 이름이 새겨진 코카-콜라 보틀. 비틀즈 뮤지엄에 전시되어 있다.)

THE BEATLES, THE TRUE BEGINNINGS

뿐만 아니라 비틀즈가 시작된 카스바 커피 클럽(Casbah Coffee Club)의 역사를 다루고 있는 라는 책에도 코카-콜라가 등장한다.

책을 보자마자 든 생각은

 

‘왜 표지에 코카-콜라 냉장고가 있을까? 첫 페이지의 미장센(mise en scene)으로 활용했다는 것은 그만큼 특별한 의미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것이었다. (물론 저니 에디터였기 때문에 가질 수 있었던 질문이었겠지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책의 저자인 로아그 베스트(Roag Best)에게 메일을 보냈고, 초창기 비틀즈 멤버들의 이야기, 그리고 코카-콜라에 얽힌 추억을 들을 수 있었다. 

1959년 영국 리버풀(Liverpool)에서는 로큰롤 장르가 10대들로부터 엄청난 인기를 끌었다.

그때 모나 베스트(Mona Best)라는 한 여성이 10대들을 위한 클럽을 차리기로 결심했고, 가족들과 몇몇 동네 아이들의 도움을 받아 집 지하실을 클럽으로 꾸몄다.

(여기서 말하는 동네 아이들이 바로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이라는 사실!)

(존, 폴, 조지는 거미와 용, 별 등 기발한 그림을 그리며 클럽 인테리어를 도왔다.)


그리고 1959년 8월 29일.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캔 브라운을 멤버로 하는 밴드 ‘쿼리멘(Quarrymen)’의 공연을 시작으로 ‘카스바 커피 클럽 (Casbah Coffee Club)’이 문을 열었다.

(카스바 커피 클럽(Casbah Coffee Club)에서 공연하고 있는 어린 시절의 존 레논, 폴 매카트니, 조지 해리슨 (1959))

 

(‘비틀즈’라는 이름은 1960년 독일 함부르크로 순회 공연을 떠나면서 바꿨으며, 비틀즈 마지막 멤버인 링고 스타(Ringo Starr)는 1962년에 합류했다.)

공연에 짜릿함을 더한 코카-콜라

그렇다면 카스바 커피 클럽에 코카-콜라는 어떤 의미였을까? 

책의 저자를 통해 당시 리버풀의 코카-콜라 보틀러에서 일했던 조니 존슨(Johnny Johnson)과 연락을 할 수 있었다.

그는 ‘지금 생각해도 믿기지 않는 시간들’이었다며, 비틀즈와의 추억을 회상했다.

함께 공연을 하기도 하고, 공연이 끝난 뒤엔 클럽 사장이었던 모나 베스트(Mona Best), 그리고 비틀즈와 함께 부엌 식탁에 앉아 코카-콜라를 마시면서 수다를 떨었다는 것.

또한 클럽 이름이 ‘커피 클럽’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이곳에서 가장 많이 팔렸던 음료는 코카-콜라라고 단호히(!) 말했다.

카스바 커피 클럽은 리버풀에서 코카-콜라가 가장 많이 판매되는 곳이었고, 덕분에 클럽 이름이 새겨진 코카-콜라 간판도 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왼) 클럽 이름이 적힌 코카-콜라 간판 (우) 카스바 커피 클럽에서 연주하고 있는 존 레논(John Lennon))

 

결국 카스바 커피 클럽. 10대들의 공간. 짜릿한 음악. 비틀즈. 코카-콜라의 조합은 이 시기를 대표하는 것, 그 자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이 클럽은 비틀즈 박물관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폐점했을 당시(1962년)의 모습이 그대로 남겨져 있다. 무대와 악기, 심지어 비틀즈가 그린 그림까지도 원래의 모습대로 유지되고 있어, 관광 명소로 인기를 끌고 있다.

영국에 가게 되면 한 번 들러보는 것도 추천. 

시간이 지나도 우리 마음속에 영원한 스타이자, 젊음의 표상, 열정의 아이콘으로 기억되고 있는 비틀즈. 

오늘은 코카-콜라 한 잔 마시며, 비틀즈 음악을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