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 일러스트레이터 N.C. 와이어스, 코카-콜라 50주년을 기념하다!
2020. 08. 19
미술을 사랑하는 전 세계 사람들의 성지, 뉴욕현대미술관(MoMA). 이곳을 지키는 가드가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은 뭘까. 하나는 “화장실은 어디예요?”고, 다른 하나는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어디 있나요?” 다.
에드워드 호퍼와 더불어 미국을 대표하는 화가 ‘앤드루 와이어스(Andrew Wyeth)의 작품인 ‘크리스티나의 세계’는 미국인들에게 마음의 고향 같은 작품이다.
영화 ‘오블리비언’에서도 주인공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로 활용될 정도. 잠시 눈을 떼는 순간, 그림 속 여인의 머리가 흩날릴 것만 같은 생동감과 영화의 한 장면 같은 서정미가 느껴진다.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 (Andrew Wyeth. Christina’s World. 1948)
👉 작품 감상 하러 가기: 뉴욕현대미술관
‘청출어람’ 앤드루 와이어스의 아버지, N.C. 와이어스
앤드루 와이어스는 처음으로 백악관에서 개인전을 연 화가로도 유명하다. 2007년에는 미국 예술 훈장도 수상했다. (참고: George W. Bush White House Archives)
영화 ‘인터스텔라’의 미술 영역에도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이 영향을 주었다. 그의 위대한 재능은 그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었다.
청출어람이라고 하던가. 그에게는 이러한 재능을 고스란히 물려주고, 더 업그레이드시킨 아버지가 있었다. 바로 N.C. 와이어스(Newell Convers Wyeth)다. 지난번 소개한 아티스트 ‘노먼 록웰’처럼 무척이나 생소한 이름이겠지만, 월트 디즈니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 중에 하나라면 달리 보일 것이다. 디즈니는 슬럼프에 빠질 때마다 N.C. 와이어스의 그림으로 다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N.C. 와이어스, 위대한 손끝으로 코카-콜라를 그리다.
N.C. 와이어스는 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이기 시작했다. 어머니의 추천으로 메사추세츠 예술 대학에 진학하여 본격적으로 미술을 배우며 일도 시작했다. 새터데이 이브닝 포스트 등 다양한 잡지 광고, 캘린더 및 포스터로 명성을 쌓았다.
그 중에서는 코카-콜라 컴퍼니의 삽화를 그리는 일도 있었다. ‘Our America’ 교육 시리즈의 목재와 운송 산업에 관한 일련의 삽화 등 다양한 주제와 인물이 담긴 삽화를 남겼다.
1936 년에는 코카-콜라의 50 주년 달력에 담길 일러스트를 그리기도 했다. 뉴 잉글랜드 해안선을 배경으로, 배에 기댄 늙은 선원이 소녀와 함께 코카-콜라 병을 들고 있는 모습을 몽환적이고 아름다운 색채로 담아냈다.
(N.C 와이어스가 그린 코카-콜라 50주년 캘린더의 삽화)
N.C. 와이어스, 동심을 향한 그림을 남기다.
N.C. 와이어스는 평생 약 3천여점의 그림을 남겼다. 다양한 광고뿐만 아니라, 오늘날 세계 명작으로 손꼽히는 소설이 그의 삽화로 완성되기도 했다. 대표적인 작품으로 로빈 후드, 보물섬, 로빈슨 크루소 등이 있다. 글로 완성될 수 없는 상상력을 그림으로 완벽하게 구현해 냈다.
젊은 시절에는 생계를 위해 삽화를 그리는 데 힘썼지만, 그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건 화폭을 수놓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캔버스와 함께하는 일이 많아졌다. 또한, 아들 앤드루 와이어스가 화가로 자리잡기까지 엄격한 가르침을 주는 것도 그의 몫이었다.
비운의 사고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다. 그의 마지막 상업 작품이었던 플리머스 순례자를 묘사한 벽화는, 앤드루 와이어스와 존 맥코이에 의해 완성되었다.
N.C. 와이어스가 그린 ‘"보물섬’의 삽화" (Treasure Island endpapers. N.C. Wyeth.)
👉 작품 감상 하러 가기: PORTLAND MUSEUM OF ART
N.C. 와이어스와 앤디 워홀의 연결 고리
N.C. 와이어스의 재능은 아들에게만 유전된 것이 아니었다. 현재 왕성한 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손자 ‘제임스 와이어스(James Wyeth)까지, 위대한 재능은 이어지고 있다. 코카-콜라를 그린 앤디 워홀을 기억하는가? N.C 와이어스의 손자, 제임스 와이어스는 앤디 워홀을 그린 사람이다.
제임스 와이어스의 ‘앤디 워홀’은 앞서 소개한 앤드루 와이어스의 ‘크리스티나의 세계’와 더불어 뉴욕현대미술관에서 전시되고 있다. 아버지의 명성에 가려 다소 저평가를 받고 있지만, 그의 능력만큼은 세계 미술계도 인정하고 있다.
뉴욕으로 갈 순 없지만, 뉴욕현대미술관을 다녀온 듯한 기분이 드는 건, 랜선으로 라도 위대한 작품들을 만난 덕분. 당대 최고의 일러스트레이터가 코카-콜라를 그렸다는 사실이 이렇게 하나 더 입증됐다.
3대를 잇는 위대한 재능. 그들이 남긴 작품들이 앞으로도 많은 이에게 영감을 주는 매개체로 잘 보존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