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에서 온 콜라라고? 다른 세상의 코카-콜라들
2022. 03. 14
평범한 하루를 바꾸는 마법 같은 주문이 있다. 그것은 '만약'이라는 단어다. 만약 어제와 같은 오늘이 오지 않는다면? 만약 친구들이 고양이로 변해 나타난다면? 만약 매일 마시는 코카-콜라가 달라진다면?
생각만으로도 세상의 시계태엽이 다르게 돌아가는 기분이다. 휴, 즐거운 상상이었다. 분명 즐거운 상상이었는데 왜. 눈앞에 코카-콜라가 정말 이상하게 변해버린 거지? 우주에서 온 콜라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라고요? 맙소사, 세상에.
달라진 코-크에 당황하지 말자. 13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변함없는 짜릿함을 전달한 코카-콜라도 때로는 다른 모습으로 우리를 찾아온다. 코카-콜라의 오프너(Opener)* 마시즘. 오늘은 마치 다른 세상에서 태어난 것 같은 미지의 코카-콜라들을 소개한다.
코카-콜라가 우주에서 왔다면 어떤 맛일까?
코카-콜라가 왜 1985년부터 우주에 진출했는지를 알 것 같다. 그것은 우주 저편에 또 다른 모습을 한 코-크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지구의 코카-콜라가 우주에 진출했다면, 이번에는 우주의 코카-콜라가 지구에 착륙했다. 바로 지난 2월 공개된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다. 이 코즈믹 코카-콜라 모습은 유리구슬에 담긴 우주처럼 반짝이고 있다. 겉모습뿐만이 아니다. 이 음료는 코카-콜라임에도 색깔이 체리처럼 붉다.
드디어 우주 맛(Space Flavored) 코카-콜라를 맛 볼 시간이다. 첫 모금에 과거에 마셨던 체리 코-크의 느낌이 떠올랐다. 다만 포도나 사과 같은 다양한 과채의 맛도 스쳐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마무리에서 부드러운 크림의 담백함이 느껴진다. 강렬하고 짜릿한 지구의 코카-콜라의 맛과는 다른 섬세함과 다채로움. 대체 몇 가지 맛이 들어있는 거야!
누군가에게는 '체리 코-크'로, 누군가에게는 '바닐라 코-크'를 떠올릴 수 있게 하는 맛이다. 우주의 맛을 설명하기 위해 이렇게 많은 지구의 향미를 가져와야 하다니.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가 한정판으로 지구에 체류하는 동안 이 맛의 정체를 밝혀내고야 말겠다.
코카-콜라가 알콜로 태어났다면 어떤 맛일까?
2022년 우주 맛 코카-콜라는 충격적인 사건이다. 하지만 다른 세상에서 온 것 같은 코카-콜라는 코카-콜라 제로 스타더스트뿐만이 아니다. 만약에 코카-콜라가 청량음료가 아니라 어른들이 마시는 술이었으면 어땠을까? 이 상상이 실현된 코-크가 있다. 2019년 영국에서 출시된 '코카-콜라 시그니처 믹서'다.
마치 코카-콜라를 발명한 존 펨버튼 박사의 서랍에서 가져온 것 같은 코카-콜라 시그니처 믹서는 다양한 술들과 조화를 생각해서 만들어졌다. 스카치위스키, 버번, 럼, 코냑 등 다양한 술과 어울리도록 만든 코카-콜라의 맛과 향을 변형시켰다. 마치 오크통에 숙성된 것 같은 우디함 혹은 훈연된 스모키 향이 도드라진 코카-콜라의 맛을 맛볼 수 있다. 물론 국내에서는 구하기 어렵다고.
코카-콜라가 미래에 태어났다면 어떤 맛일까?
매트릭스 세계에서 태어난 것 같은 코카-콜라도 있다. 에너지 드링크 버전의 '코카-콜라 에너지'다. 캔에 새겨진 붉은 선 모양의 패턴을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모니터 속 세상에 들어갈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디자인이다.
코카-콜라 에너지는 여러 세계의 코카-콜라들 중에서 가장 기묘한 맛을 낸다. 분명 짜릿하고 달콤한 코카-콜라의 맛이지만, 한쪽에서 시큼하게 찌르는 에너지 드링크(과라나 추출물) 특유의 맛을 즐길 수 있다. 처음에는 적응이 안 될 수도 있지만, 묘하게 서로의 공백을 채워준다. 마시다 보면 정말 미래에 와있는 것 같다.
코카-콜라가 황금으로 만들어졌다면 어떤 맛일까?
황금의 땅 엘도라도 버전의 코카-콜라, 혹은 마이더스가 만진 것 같은 코카-콜라도 세상에 있다. 바로 '다이어트 코-크 카페인 프리'다. 코-크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알겠지만, 코카-콜라에는 종류마다 고유의 색이 있다. 오리지널은 붉은색, 제로 슈거는 검은색 그리고 해외에 있는 카페인 프리 버전은 골드가 주요 컬러다.
비록 진짜 황금은 아니지만, 코카-콜라 중에서 가장 화려한 모습임은 분명하다. 대신 칼로리도 제로로 만들고, 적게 남아 들어있는 카페인마저도 모두 제거했다. 때문에 굉장히 수수한 맛이 난다. 기존의 코카-콜라보다는 가벼운 느낌에 톡 쏘지 않고 자글자글한 탄산감이 새롭다.
코카-콜라가 레시피가 바뀌었다면 어떤 맛일까?
코카-콜라가 타임머신을 개발했다면 돌아갔을 시간대. 그것은 바로 1985년이다. 100년 동안 유지한 코카-콜라의 맛을 바꾸고 '뉴 코-크'라는 새로운 제품으로 출시했으니까. 현대에는 여러 가지 인사이트를 주는 제품으로 알려져 있지만, 뉴 코-크가 나오고 당황했을 소비자(더 당황했을 뉴 코-크 개발자)는 얼마나 놀랐을까?
온갖 에피소드만 있고 맛에 대한 후기를 찾기 힘들다는 게 뉴 코-크를 전설로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여행을 하여 데려온 뉴 코-크가 있다. 넷플릭스 드라마 <기묘한 이야기3>를 기점으로 재출시 된 '뉴 코-크'다. 드라마를 보고 이 뉴 코-크를 마신다면 순간 1985년 미국으로 이동한 것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사회적인 충격과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남긴 뉴 코-크의 맛은 기대와 달리(?) 돌연변이 같은 맛은 아니었다. 더욱 부드러워진 탄산과 달콤한 맛이 강화된 코카-콜라라고 할까? 하지만 그래도 평소에 마시던 코카-콜라를 대체하기에는 코카-콜라와 우리가 쌓은 추억이 너무나 많고 애틋하다.
세상에 맛보지 못한 코카-콜라가 이렇게 많다니
코카-콜라의 매력은 13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으로 우리를 찾아왔다는 점에 있다. 물론 이것은 맞는 말이면서도 틀린 말이다. 돌이켜보면 밤하늘의 별처럼 다양한 맛과 매력의 코카-콜라들이 우리에게 색다른 맛과 추억을 만들어주었다.
'만약'이라는 마법의 단어는 우리의 일상 속에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준다. 그것은 기분 좋은 상상일 수도 있고, 어제와 다른 나의 행동일 수도 있다. 상상해 본 적도 없는 맛의 코카-콜라가 만들어지는데도 이 단어가 필요하다. 그렇게 만들어진 새로운 세계의 코카-콜라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